Notice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6/03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Tags
more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빈틈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본문

temp/scrap_books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 장하준

prs21 2016. 9. 10. 14:46



규제적 복지자본주의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2011. 07. 11

 

장하준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지그리고 어떻게 해야 자본주의가 실제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말하고 있다즉 자본주의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자유시장을 통해서만 발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국가계획의 개입이 요구되는 것이며무조건적인 자유경쟁보다는 복지정책이 실질적인 자본주의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지를 개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반자본주의 성명서는 아니다자유 시장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고 해서 자본주의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나는 수많은 문제점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인류가 만들어 낸 가장 좋은 경제 시스템이라고 믿는다그저 지난 30여 년간 세계를 지배해 온 특정 자본주의 시스템즉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싶을 뿐이다자유 시장 체제가 자본주의를 운영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며지난 30년 동안의 성적표가 말해 주듯 최선의 방법은 더더욱 아니다이 책은 자본주의를 더 나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하고그렇게 만들 방법이 있음을 보여준다.”

 

01. 자유시장이라는 것은 없다.

자유시장론자들이 비난하는 소위 포퓰리즘이라는 것그러니까 규제누진세복지 등이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는 비난은사실 그것들이 자기 이익에 도움이 안 되고자기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투정에 불과하다.

19세기에 영국에서 공장주들은 아동 노동을 규제하고 교육을 시켜야한다고 하면왜 자유시장을 규제하느냐왜 아동과 공장주간의 자유계약을 막느냐고 대답했다. ‘아동 노동에 대한 규제라는 선동은 정치적인 포퓰리즘에 불과하다라는 것이다그러나 지금의 시대에는 아무리 자유시장론자라 하더라도 아동을 고용해서라도 경제활동을 강화해야한다는 식의 주장은 그 누구도 하지 않을 것이다.

오세훈 시장은 초등교육과정에 대한 무상급식을 정치적인 인기몰이 선동즉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한다그러나 뒤에서 논의하겠지만모든 국민에게 의무교육의 기회가 주어졌다하더라도 그것이 곧 균등한 기회가 부여된 것은 아니다가난한 아이는 가난하기 때문에 부유한 아이보다 부족한 식단으로 배가 더 고플 수도 있고숙제를 도와줄 부모나 가정교사가 없을 수도 있고학원이나 과외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말하는 진정한 공정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기회의 균등뿐만이 아니라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의 균등 또한 보장되어야 한다무상급식은 그러한 결과의 균등을 위한 정말 작은 시작의 하나에 불과하다그가 말하는 포퓰리즘이라는 비난은산업시대 당시 서구 기득권층이 자신들의 부를 키우고자 내세운 투정 섞인 항변과 별반 다를 게 없다.

자유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시장이 자유로워 보이는 것은 단지 우리가 그 시장의 바탕에 깔려 있는 여러 규제를 다연한 것으로 여겨 규제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유 시장론자들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이다객관적으로 규정된 자유시장이 존재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야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02. 기업은 소유주 이익을 위해 경영되면 안 된다.

기득권층은 말한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들이고, “그러므로 기업은 주주들의 이익을 위해 경영되어야하며더군다나 기업이 망하면 모든 것을 잃을 수밖에 없는 주주들이 기업 실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는가따라서 기업은 소유주의 이익을 위해 경영되는 것이곧 기업에도 이익이라고그러나 주주들이 법적으로는 기업의 주인일지는 몰라도 그들은 기업의 이해 당사자 중에서 가장 손쉽게 빠져나갈 수 있고ᄄᆞ라서 기업의 장기 전망에 가장 관심이 없는 집단일 수도 있다. “보유 주식을 다 팔 경우 해당 기업이 위기에 빠질 정도로 지분이 많은 대주주 외에는 주식을 팔고 떠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주주들특히 소액 주주들이 장기 투자를 줄여 이윤을 극대화하고 그 이윤에서 주주에 대한 배당을 극대화하는 단기 수익 극대화 기업 전략을 선호하는 것도 바로 그래서이다이렇게 되면 재투자에 필요한 유보 이윤이 줄어들게 되므로 해당 기업의 장기 전망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주주들을 위한 기업 경영이 결국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다.”

 

03. 잘사는 나라에서는 하는 일에 비해 임금을 많이 받는다.

자유 시장론자들에 따르면 오직 자유로운 노동 시장에서만 개인의 능력에 따른 공평하고 효율적인 보상이 가능하다. “똑같은 일을 하고도 스웨덴 사람이 인도 사람에 비해 임금을 50배쯤 더 받고 있는 현실을 동정심 넘치는 진보주의자라면 용납하기 힘들지 모르지만이는 모두 생산성의 차이를 반영한 결과이다.” 그러나 사실 나라 간의 이주가 자유롭다면 잘 사는 나라의 일자리는 대부분 못하는 나라에서 온 노동자들이 차지하게” 될 것이다즉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의 임금 격차는 개인의 생산성이 달라서가 아니라 각 정부의 이민 정책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인도 뉴델리에서 일하는 버스 기사 람은 시간당 18루피를 받는다스톡홀름의 버스 기사 스벤의 시급은 130크로나로 2009년 여름 환율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870루피 정도 된다스웨덴의 버스 운전사는 같은 일을 하는 인도 기사에 비해 50배를 더 받는 셈이다.” 그렇다면 과연 자유 시장론자들의 말처럼 스벤의 운전실력은 람보다 50배나 뛰어날까? “그러나 스벤은 평생 한 번이라도 갑자기 코앞에 뛰어드는 소를 피해 본 적이 있을까이런 일이 람에게는 거의 날마다 벌어진다어쩌다가 토요일 밤 난폭 운전을 하는 음주 운전자들을 피하는 것 말고 스벤은 대체로 앞으로 곧장 가기만 하면 된다반면 람은 거의 쉴 틈 없이 튀어나오는 소달구지하늘 높이 쌓아올린 짐을 싣고 비틀거리고 가는 자전거 등을 피하며 운전을 해야 한다따라서 자유 시장 논리에 충실하자면 임금을 더 많이 받아야 하는 것은 스벤이 아니라 람이다.” 만약 나라들 간에 이민이 자유로워서 이런 람과 같은 사람들이 스웨덴으로 밀려든다면 스벤은 실업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스웨덴 노동 시장에 진입하지 못한다이민 통제 정책으로 인해 자유롭게 스웨덴으로 이민 올 수 없기 때문이다그 결과 스웨덴의 노동 인력은 같은 일을 하는 인도 사람에 비해 생산성이 높지 않은데도 50배나 높은 임금을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어떤 한 나라의 생활수준은 자국 노동 시장에 대한 엄격한 정부 통제즉 이민 제한 정책에 따라 결정적으로 좌우된다하지만 자유 시장을 옹호하는 많은 사람들은 이 이민 정책을 보지 못하거나 혹은 보면서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일견 규제가 없어 보이는 자유 시장은 이미 이러한 정부의 규제들 속에서 운영되고 있다중요한 것은 모든 나라의 사람들은 각기 그들이 일하는 사회 경제적 시스템 덕에 그만큼의 생산성을 올릴 수 있는 것이지 단순히 개인의 뛰어난 능력이나 근면성만으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이러한 견지에서 바라봤을 때후진국의 노동자들을 비하하거나 멸시하는 것은 국가들 간의 정치적 규제를 생각지 않은 편견이자 단견에 지나지 않는다.

시장에 맡겨 두기만 하면 결국에는 모든 사람이 타당하고 공평한 임금을 받게 될 것이라는 널리 알려진 주장은 신화에 불과하다이 신화에서 벗어나 시장의 정치성과 개인 생산성의 집단적 성격을 이해해야만 더 공평한 사회를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즉 개인의 재능과 노력뿐 아니라 역사적 유산과 축적된 집단적 노력까지 적절히 고려해서 개인의 노동에 대한 보상이 행해지는 사회 말이다.”

 

04. 인터넷보다 세탁기가 세상을 더 많이 바꿨다.

- “1866년에 대서양을 잇는 전보 서비스가 개통되기 직전까지만 해도 대서양을 건너 소식을 전하는 데에는 3주 정도 걸렸다. ...증기선을 이용하여 속달로 보낸다고 해도 2주는 걸렸다. ...하지만 전신 서비스가 보급되면서 300단어짜리 편지라면 소식을 전하는 데 7~8분이면 될 정도로 시간이 대폭 단축되었다심지어 더 빠른 적도 있다. ...전보의 발명으로 인해 대서양을 건너 소식을 전하는 데에 필요한 시간이 2주일에서 7~8분으로 줄었으니 2500배가 넘게 빨라진 셈이다반면에 인터넷은 300단어짜리 메시지를 전하는 데에는 2초 정도가 걸린다. ...따라서 전송 속도가 팩스에 비해 100배 정도 빨라진 셈이라 할 수 있다하지만 이를 전신 서비스가 이룩했다. 2500배 단축 기록과 비교해 보라. ...물론 인테넷에는 다른 혁명적인 특징도 있다. ...그러나 순전히 속도의 혁명이라는 점만 놓고 보자면 인테넷은 그 보잘것없는 전보에도 상대가 안 되는 것이다우리는 단지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의 영향력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하고 있다.”

바꿔 말하자면우리는 인터넷이 없다하더라도 책을 읽는 데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고, TV를 보거나 세탁을 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물론 경우에 따라 조금 늦어지는 일은 있어도 상기 행위들이 제한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반면에 인터넷이 아무리 발달한다 하더라도 책세탁기, TV, 자동차냉장고 등이 사라진다면 우리의 삶은 원시상태로 회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의 사람들은 마주한 첨단기술만을 보고 제조업을 경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요컨대 사람들이 전신 서비스나 세탁기보다 인터넷이 더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잘못 생각한다고 해서 그게 어쨌다는 말인가사람들이 가장 최근에 일어난 변화에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해서 뭐가 문제라는 말인가이런 왜곡된 시각이 단지 개개인의 견해에 그친다면 별 문제가 아닐 수 있다그러나 그로 말미암아 귀중한 자원이 잘못 쓰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일부 선진국들특히 미국과 영국에서는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기술 혁명에 마음이 팔려 이제는 구닥다리’ 제조업은 필요 없고 아이디어만 있으면 된다는 잘못된 생각을 했다그에 따라 많은 나라들이 탈산업화 사회의 시대가 왔다고 철석같이 믿고 제조업을 홀대하여 자국 경제를 약화시켰다.” 첨단산업만을 바라보고 농축산업과 제조업을 축소한다면 그 나라의 경제적 기반은 특정 상황에서 쉽게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더 걱정스러운 일은 선진국 사람들이 인터넷에 매료되면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정보 격차가 국제 문제화되고이에 따라 많은 기업이나 자선단체개인들이 개발도상국에 컴퓨터와 인터넷 설비를 갖추라고 많은 돈을 기부한다는 사실이다그러나 과연 정보 격차 해소가 개발도상국들이 가장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것일까개발도상국 아이들에게 노트북 컴퓨터를 한 대씩 마련해 주고시골 마을마다 인터넷 센터를 세워 주는 것이 도움은 될 터이다하지만 그보다는 우물을 파주고전기를 넣어 주며세탁기를 구입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비록 고리타분해 보일지는 모르나 실제로 개발도상국 국민들의 생활을 개선하는 데에는 더 보탬이 되지 않을까?”

 

05. 최악을 예상하면 최악의 결과가 나온다.

자유 시장론자들이 인용할만한 애덤 스미스의 유명한 말이 있다. “우리가 저녁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정육점양조장빵집 주인들이 관대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이익을 추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이기심은 자유 경제체제를 유지하는 원동력이자 가장 주요한 본성이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그러나 경제 활동을 하는 데 이기심만이 유일한 동기가 아니라는 것을 체계적으로 보여 주는 증거도 수없이 많다. ...정직성자존심이타심사랑연민신앙심의무감의리충성심공중도덕애국심 등은 모두 우리의 행동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인간 행동 동기의 복잡성을 잘 보여 주는 또 하나의 좋은 예는 규칙대로 일하기라는 합법적 파업 수단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현상은 고용 계약서즉 규칙에 고용인의 임무를 모두 명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고용인이 계약서에 쓰여 있지 않은 가외의 일도 해내고임무를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주체적 결정도 내리고규칙이 너무 복잡할 경우 지름길도 알아서 택하리라는 것을 전제로 회사를 경영하는 탓에 벌어지는 일이다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전적으로 고용인의 선의에 의존하는 일인데도 말이다고용인들이 평상시에 이렇게 이기적인 것과는 거리가 먼 행동을 하는 동기는 일에 대한 애정자기 기술에 대한 자부심자존심동료들과의 결속력경영진에 대한 신뢰애사심 등으로 다양하다그러나 여기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사람들이 자유 시장 경제학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완전히 이기적으로만 행동하면 기업들,더 나아가서는 사회 전체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규칙대로 일하기 한국에서는 준법투쟁이라 부르기도 한다단체 행동이 금지된 공무원들이 민원들을이 기다리는데도 점심시간을 엄수한다든지택시 기사들이 모두 규정 속도를 절대 넘지 않고 운행을 한다든지생산 라인 노동자들이 모두 동시에 휴가를 내다든지 하는 식으로 법을 어기지 않으면서 의사표현을 하는 방법이다.

 

06. 거시경제의 안정은 세계경제의 안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자유 시장론자들에 따르면 “1990년대 이후 세상은 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길들이는 데 성공했다. ...경제 안정이 장기 투자와 경제 성장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인플레이션이라는 맹수를 길들인 것은 장기 번영의 초석을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고 한다그러나 사실 인플레이션을 길들였는지는 모르지만 세계 경제는 상당히 더 불안해졌다. ...인플레이션에만 지나치게 집착하면서 우리는 완전 고용이나 경제 성장 같은 중요한 문제에 충분히 신경 쓰지 못했다. ‘노동 시장 유연성이라는 미명 아래 고용이 불안정해지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삶이 불안해졌다물가 안정이 성장의 전제 조건이라고들 주장하지만, 199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에 고삐를 매었음에도 성장률은 미미했다바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들이 성장을 둔화시켰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사이에 세상이 더 불안정해졌다는 느낌을 주는 또 하나의 원인은 이 기간에 고용이 크게 불안해졌기 때문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이다첫째일부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엄청난 규모는 아니지만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단기 고용의 비중이 높아졌다둘째해고되지 않은 사람들이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기간은 1980년대 이전 노동자들과 비슷할지 모르지만적어도 미국을 비롯한 일부 나라에서는 비자발적 고용 종료다시 말해서 노동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직장에서 떠나야 하는 비율이 늘었다.”

사실 물가 안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제 안정의 지표도 아니다사람들의 삶을 흔드는 가장 큰 사건은 일자를 잃거나하는 일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혹은 금융 위기가 몰아닥쳐 집을 압류당하는 것들이다하이퍼인플레이션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물가가 오르는 것은 위 사건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신자유주의 정책 패키지로 알려진 자유 시장 정책 패키지의 일련의 정책들은 낮은 인플레이션자유로운 자본 이동그리고 (노동시장 유연성이라는 미사여구로 표현되는)높은 고용 불안정성 등을 중시한다기본적으로 금융 자산 보유자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이 정책들이 입안된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강박관념은 이제 잊어버리자인플레이션은 장기적 안정경제 성장그리고 인류의 행복을 희생해서 금융 자산 보유자들에게나 유리한 정책을 추진하려는 사람들이 대중을 겁주기 위해 사용해 온 무서운 망태 할아범같은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07. 자유 시장 정책으로 부자가 된 나라는 거의 없다.

자유 시장론자그중에서도 특히 신자유주의자들은 말한다사회주의나 보호주의 등을 채택하거나 국영은행국영기업 등 국영산업을 강화했던 모든 개발도상국들은 성장에 실패했으며일본이나 한국 등 극히 일부를 제외한 모든 선진국들은 자유시장 정책특히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자유 무역을 통해 부자가” 되었다는 것이다그러나 통상적으로 알려진 바와는 정반대로 개발도상국들의 경제 실적은 국가 주도의 발전을 꾀하던 시절이 그 뒤를 이어 시장 지향적인 개혁을 추진할 때보다 훨씬 나았다. ...게다가 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이 자유 시장 정책 덕에 부자가 되었다는 말도 사실이 아니다진실은 오히려 그 반대편에 가깝다극소수 예외를 제외하면 자유 무역과 자유 시장이라는 논거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영국과 미국을 포함하여 현재 잘살고 있는 나라들은 모두 보호 무역과 정부 보조 등을 통해 오늘의 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이 보호 무역주의정부 보조금 지원 등의 정책들이야말로 요즘 부자 나라들이 개발도상국들에게 하면 안 된다고 설파하는 것인데도 말이다자유 시장 정책을 써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다음은 두 개발도상국의 프로필이다당신이 이들 국가의 향후 개발 전망을 가늠하는 일을 맡은 애널리스트라면 과연 어떤 평가를 내리겠는가?

A국 : 10년 전까지도 엄격한 보호 무역 정책을 사용해서 공산품 관세가 평균 30퍼센트를 웃돌았다최근 관세는 낮추었지만 여전히 가시적비가시적 무역 규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자본이 국경을 넘나드는 데에도 심한 제약이 따르고국가가 운영하며 고도로 통제를 받는 은행들로 금융권이 이루어져 있으며외국인들에게는 금융 자산 보유를 제한한다이 나라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외국 기업들은 세제와 법률이 차이나서 외국인들이 차별받는다고 불평을 한다이 나라에는 선거도 없고부정부패가 만연해 있다재산 소유권에 대한 규정은 불투명하고 복잡하다특히 지적 소유권에 대한 보호는 형편없어서 이 나라는 전 세계 해적판의 본산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많은 수의 국영 기업들이 엄청난 손실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주는 보조금과 독점권의 힘으로 버티고 있다.

B국 과거 수십 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게 보호 무역주의를 추진한 이 나라의 평균 공산품 관세율은 40~55퍼센트에 달한다국민 대부분은 선거권이 없고매표 행위와 선거 부정이 횡행한다부정부패가 만연해서 정당들이 정치 자금과 공직을 맞바꾸는 일이 비일비재하여공개경쟁으로 공무원을 뽑아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공공 재정은 위태로운 상태인 데다 이미 정부가 채무를 갚지 않은 전력까지 있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마음을 놓지 못한다이에 더해서 이 나라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들을 심하게 차별한다특히 은행업 부분에서는 차별 정도가 더 심해서 외국인은 이사가 될 수도 없고이 나라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들은 주주 의결권도 행사할 수 없다경쟁법이 없어서 카르텔을 비롯한 다양한 형태의 독점 현상이 팽배하다지적 소유권의 보호는 구멍이 많은데특히 외국인의 저작권은 아예 보호가 되지 않아서 악명이 높다.

이 두 나라는 모두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받은 것들로 넘쳐난다철저한 보호 무역외국인 투자자 차별강력하지 못한 재산권 보호독점열악한 민주주의부정부패실력보다는 연줄이나 자금력을 중시하는 분위기 등 점수가 깎이는 요소들을 다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이다애널리스트인 당신은 두 나라 모두 경제 개별은커녕 재난을 향해 치닫고 있다고 평가할 것이다그러나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자.

A국가는 현재의 중국이다독자들 중 일부는 이미 짐작했을 법도 하다그러나 B국가가 미국이라는 것을 누가 짐작이나 했으랴그렇다이 나라는 현재 중국보다 더 가난했던 1880년경 미국이다.

이른바 성장에 해롭다고 간주되는 제도와 정책을 골라가며 채택해왔지만중국은 지난 30년 사이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성공적인 경제 성장을 이루어 냈다. 1880년대 미국 또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나라 중의 하나로 세계 최부국으로 가는 길을 다지고 있었다. 19세기 말과 현재의 경제 성장 부분 슈퍼스타인 미국과 중국은 둘 다 현대 신자유주의 자유 시장 독트린을 완전히 역행하는 정책 레시피를 선택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가자유 시장 독트린이야말로 오늘날 선진국 대열에 낀 스물대여섯 국가들이 2세기에 걸쳐 경험한 정수를 모아서 만든 것 아닌가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역사에서 찾아볼 수도 있다.”

대통령들의 명예의 전당이라고 할 수 있는 달러 지폐에 등장하는 얼굴들 중 가장 의외의 인물은 10달러 지폐에 나오는 알렉산더 해밀턴이다.해밀턴도 대통령이 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는 벤저민 프랭클린과 같다. ...초대 재무 장관이기는 했지만 말이다그런 그가 기라성 같은 대통령들 사이에서 어떻게 낄 수 있었을까? ...그는 당시 미국이 보유하고 있던 산업 같은 유치 산업들은 제 발로 설 힘을 기를 때까지 정부가 보호육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밀턴이 내건 전략의 핵심은 역시 보호주의였다그가 현대의 개발도상국 재무 장관이었다면 미국 재무부로부터 이단이라며 엄청나게 비난받았을 것이다.

“5달러 지폐에는 남북전쟁 당시 관세를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렸던보호 무역주의자로 유명한 에이브러햄 링컨이 등장한다. 50달러 지폐는 율리시스 그랜트가 장식하고 있다남북전쟁의 영웅이었던 그는 대통령으로 선출된 후 자유 무역을 하라는 영국의 압력에 맞서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한 200년 정도 보호 무역을 해서 거기서 얻을 수 있는 장점을 다 취한 다음에 미국도 자유 무역을 할 것이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해밀턴의 유치 산업 보호론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완전히 다른 이유에서 고율의 보호 관세를 주장했다.”

제퍼슨은 아이디어라는 것은 공기와 같아서’ 누구의 소유도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현대의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이 특허권 및 기타 지적 소유권의 보호를 얼마나 강조하는지를 생각하면 제퍼슨의 이런 논리는 어불성설로 받아들여졌을 것이다. ...앤드루 잭슨 대통령은 과연 어떨까잭슨 대통령의 팬들에게는 안됐지만 그 역시 불합격이다잭슨 대통령 집권 당시 미국의 공산품 관세는 평균 35~40퍼센트 수준이었다그는 또 외국인에게 적대적이기로 유명했다. ...요즘 세상에 어느 개발도상국에서 미국인들이 30퍼센트나 지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은행 허가를 취소했다고 하면 미국 재무부가 발칵 뒤집혔을 것이다.”

느낌이 어떠신지날마다 수천만 미국들이 택시를 타고샌드위치를 사면서 해밀턴과 링컨으로 지불을 하고거스름돈으로 워싱턴을 받는다존경해 마지않는 이 정치인들이 날이면 날마다 좌파우파에 관계없이 미국의 모든 신문 방송에서 공격해 대는 그 못된 보호 무역주의자들이라는 사실은 전혀 모르는 채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외국인들 차별하는 정책을 밀어붙인다는 기사를 읽으며 혀를 찰 뉴욕의 은행가들과 시카고 대학의 교수들도 그 기사를 실은 월 스트리트 저널을 살 때 쓴 앤드루 잭슨이 차베스보다 훨씬 더 외국인 차별을 심하게 했다는 사실은 미처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이렇듯 현대 선진국의 대부분은 미국과 같은 방법으로 부자가 되었다. ...현대 선진국들 중 유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보호 무역과 보조금 정책을 사용하지 않은 나라는 거의 없다. ...현재 부자가 된 나라들 중에 외국인의 지적 소유권을 잘 보호해 주었던 나라도 별로 없다외국인의 발명품을 내국인이 자기 이름으로 특허 내는 것을 허용하는 나라도 많았다. ...지금까지 한 말들이 직관을 거스르는 이야기라고 느끼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자유 시장 정책이 경제 발전에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반복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보호주의보조금규제산업의 국유화 등 나쁘다는 정책들은 다 가져다 쓰고도 오늘날 선진국이 된 나라들을 보면서 의아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대답은 간단하다그 나쁜 정책들이 당시 그 나라들의 경제 상황에 적절한 좋은 정책이었던 것이다. ...우리가 자녀들을 노동시장에 내몰아 성인들과 경쟁하도록 하지 않고 학교에 보내는 것과 같은 논리로개발도상국 정부는 자국의 기업들이 도움 없이도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능력을 갖출 때까지 유치 산업을 보호하고 육성해야 한다.”

요약해 보자자유 무역자유 시장 정책은 제대로 작동한 적이 거의 없다대부분의 부자 나라들은 자신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에는 그런 정책들을 사용하지 않았다지난 30년 동안 이 정책을 도입한 개발도상국들은 성장률 둔화와 수입 불균형 등의 부작용을 떠안아야 했다자유 무역,자유 시장 정책을 사용해서 부자가 된 나라는 과거에도 거의 없었고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다.”

자기들의 과거 행적에도 불구하고 부자 나라들은 개발도상국들에게 국경을 허물어서 경제를 본격적으로 국제 경쟁에 노출시키도록 요구한다.이런 요구는 지적 우위를 이용한 이데올로기 공세뿐 아니라 국가 간 원조나 자신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IMF, 세계은행 등 국제기구에서 제공하는 원조에 조건을 다는 방법 등으로 부과되곤 한다자신들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에는 쓰지도 않았던 정책을 그들에게 요구하는 선진국들의 행태는 다음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내가 했던 대로 하지 말고 내가 말하는 대로 하라.’”

노암 촘스키는 말했다. ‘부패한 정부는 모든 것을 민영화시킨다선진국들의 저러한 발전양상을 모를리 없는 정부 관계자들이 신자유주의와 국영산업의 민영화를 강력하게 추진한다면그 배후에는 엄청난 개인적 이익과 정치적 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지금의 이명박 정권은 의료보험인천공항수도 등 수많은 주요산업들을 민영화하고자 추진하는 속내에는 이러한 부정한 계산이 숨쉬고 있다고 어찌 의심하지 않을 수 있을까?

또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이 책에 대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추천사에 남겼다는 것이다조선일보는 말한다. “경제를 경제로만 보지 말고 배후에 있는 정치적윤리적 가치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고 말이다위에서 말한 저 선진국들이 FTA 등에서 우리나라에 취했던 이러한 깡패같은 태도를 강력하게 지지했던 조선일보가 말이다그건 정말 뇌가 없던가아니면 장하준 교수라는 석학의 지적 인기에 영합하고자 가차없이 자신의 주관을 내버리는 박쥐같은 태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자신이 지적한 그 배후에서 기득권층을 옹호하고자 편 정치적 수작을 그렇게도 지지했던 조선일보가 아닌가아니면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서 자신들이 수호하려해 마지않고 있는 신자유주의에 돌이라도 던질 수 있다는 건가멍청한 이중적 태도에 실소를 금할 수 없을 뿐이다.

 

08. 자본에도 국적은 있다.

세계화주의자자유 시장론자들은 말한다현대의 거대한 초국적 기업들은 아무리 그 본사가 설립된 자국에 있다하더라도, “생산과 연구시설 대부분이 해외에 있고최고 경영진을 포함해서 많은 직원을 외국인으로 채용한다이처럼 자본에 국적이 없어진 시대에 외국 자본에 대해 민족주의적 정책을 쓰면 잘 해 봐야 효과가 없고최악의 경우에는 역효과가 날 것이다.” 이들은 외국인의 기업 소유를 제한하는 여러 정부의 처사가 현명하지 않다고 말한다자국 국경 안에서 부를 창출하고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그 기업의 주인이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상관없다는 것이다기업들이 이윤을 낼 기회가 있으면 세상 어디에라도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는 분위기에서 외국 기업의 투자를 까다롭게 만들어 놓으면 그 나라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외국 기업이 줄 수 있는 혜택을 놓치고 만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사실 그러한 초국적 기업들 중 대부분은 아직까지 해외 지시를 둔 단일 국적 기업으로 남아있다핵심기술개발이나 전략 설정 등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대부분 본국에서 이루어지고 최고 경영진도 일반적으로 본국 국적을 지닌 사람들로 채워진다공장 문을 닫거나 일자리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오면 다양한 정치적 이유와 그보다 더 중요한 경제적 이유에서 대개 본국의 공장과 일자리를 가장 나중에 없앤다이 말은 초국적 기업이 가진 혜택의 대부분이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뜻이다기업의 태도와 행동을 결정하는 요인이 국적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자본의 국적을 무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대다수의 기업들이 여전히 대부분의 생산을 본국에서” 하고 있으며, “특히 전략적 의사 결정이나 고급 연구개발 활동” 또한 본국에서 이루어진다. “국경 없는 세계라는 표현은 엄청나게 과장된 표현이다.” 그러한 현상의 원인에는 도덕적역사적 이유들도 중요하지만 초국적 기업들이 자국 편향이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경제적인 것이다기업의 핵심 역량을 국경 너머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보통 어떤 기업이 초국적 기업이 되어 외국에 지부를 내는 것은 그 기업에게 있는 기술적조직적 역량을 새로 발을 들이는 나라의 기존 기업들이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이는 인적 자원조직적 자원관련 기업들과의 비즈니스 네트워크 같은 역량들을 말하는데이 중 어느 하나라도 다른 나라로 쉽게 옮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이지 않는 무형의 역량들이 제대로 발휘되려면 법률제도비공식적인 규칙기업문화 등과 같은 적절한 제도적 여건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아무리 영향력 있는 회사라 하더라도 이 모든 제도적 여건을 다른 나라로 이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모든 이유에서 높은 수준의 인적·조직적 역량과 적절한 제도적 여건이 필요한 고도의 기업 활동은 자국에 남게 된다자국 편향은 단순히 감정적인 애착이나 역사적 책임감 때문에만 생기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경제적 이유도 있다.”

따라서 외국 자본을 무조건 거부하는 것은 옳지 않지만자본에는 더 이상 국적이 없다는 신화에 근거해 경제 정책을 세우는 것은 너무도 순진한 발상이다.”

 

09. 우리는 탈산업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 “개발도상국이 산업화 단계를 건너뛴 다음 서비스 산업으로 번영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환상에 불과하다대다수의 서비스는 생산성이 느리게 성장한다그리고 생산성 증가 속도가 빠르다는 첨단 지식 기반 서비스 산업들은 강력한 제조업 없이 발전할 수 없다더욱이 서비스는 국제 교역이 어렵다그래서 개발도상국이 서비스 산업에 특화하는 경우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에 직면할 수도 있고이렇게 되면 경제를 고도화시킬 능력 또한 떨어지게 된다이렇듯 탈산업 사회라는 환상은 선진국에도 좋지 않지만 특히 개발도상국에는 대단히 해롭다.”

 

10.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가 아니다.

평균 소득으로 따진다면 물론 미국은 다른 선진국에 비해 일인당 구매력이 가장 높을 수 있다그러나 미국은 현재 소득분배가 극도로 불균등한즉 빈부의 격차가 크고 최빈곤층에 의한 범죄율이 높은 나라이기도 하다또한 구매력이 높다는 것즉 같은 돈으로 더 많은 물건과 서비스를 살 수 있는 이유는 이민이 많고 고용 조건이 열악한 덕에 상대적으로 서비스가 싸기 때문이다.” “이 나라에는 값싼 노동력이 가난한 나라로부터 이민이라는 형태로 계속 유입된다이들 중 많은 수가 불법 체류자이기 때문에 임금은 한층 더 싸진다.” 그러한 사람들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조건을 참아” 내고서라도 일을 하고자 하기 마련이다. “바로 이 때문에 미국에서 택시를 타거나 식당에서 외식을 하는 것이 다른 부자 나라에 비해 훨씬 싼 것이다고객에게는 좋은 일이지만 택시기사나 웨이트리스에게는 그렇지 못하다정리하자면 미국 평균 소득의 구매력이 높은 것은 많은 수의 미국 시민들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조건을 견뎌 내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다.”

이와 더불어 미국인들은 유럽인들에 비해 일을 훨씬 더 오래 한다같은 시간을 일하는 것으로 계산하면 미국인들보다 유럽인들의 구매력이 더 높아진다미국인들처럼 여가 시간보다는 물건을 많이 갖는 쪽이 더 나은 삶이냐유럽인들처럼 물건을 더 살 돈보다는 여가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이냐 하는 것은 사람에 따라 의견이 다르겠지만적어도 미국이 다른 부자 나라들에 비해 생활수준이 단연 더 높은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이렇듯 모두가 진정으로 잘사는’ 사회를 건설하려면 소득 이외의 요소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11. 아프리카의 저개발은 숙명이 아니다.

자유 시장론자들은 아프리카가 “1980년대 이후 상당한 강도의 시장 자유화 조치를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여타 지역과는 달리 성장을 하지 못한” 이유를 나쁜 기후항구가 없는 내륙 국가잦은 무력충돌사태천연자원의 풍부로 인한 게으른 국민성과 정부의 부정부패다민족간 갈등 등을 이유로 이른바 숙명이라 덮어버린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자유 시장론자들의 변명에 불과할 수 있다첫째 나쁜 기후로 따지면적도 한가운데에 있는 싱가포르나 북극권의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캐나다 등은 극지 기후를 극복하고 경제 성장을 이루었다둘째 스위스나 오스트리아는 내륙국가임에도 불구하고 발전을 이뤄냈다셋째끊임없는 충동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인도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넷째 미국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과 같이 아프리카보다 더 많은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은 천연자원이 축복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다섯째 상기 나라들은 다양한 이민자로 구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벨기에스위스스페인 등 인종과 언어그리고 종교 문제로 오랜 갈등을 빚어온 나라들도 지금의 엄연한 선진국들이다그렇다면 아프리카의 빈곤은 과연 어째서일까?

“1979년 세네갈을 필두로 해서 1970년대 말부터 아프리카의 사하라 이남 지역 국가들은 세계은행과 IMF 그리고 이 기관들을 조정하는 배후의 부자 나라들이 제시한 구조조정 프로그램의 조건으로 따라 온 자유 시장자유 무역 정책을 추진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일반적인 통념과 반대로 이 정책들은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이 정책들로 인해 완전히 성숙되지 않은 제품들이 국제 경쟁 무대에 갑자기 노출되었고그나마 60년대와 70년대에 가까스로 성장시켜 놓은 일부 제조업이 붕괴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구조 조정 프로그램과 그 뒤를 이은 이름만 다르고 내용은 같은 빈곤 감축 전략 계회과 같은 다른 프로그램들을 시행한 결과 아프리카 경제는 30년 동안 성장을 하지 않는 정체기를 맞았다. ...결국 이른바 구조적 요인들이라는 말은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이 내놓은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자기들이 선호하는 정책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자 아프리카의 정체혹은 후퇴에 대한 다른 설명을 찾아야만 했다자신들이 내놓은 그토록 올바른’ 정책 자체가 실패의 원인이었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즉 아프리카의 저개발빈곤은 숙명이 아니다이는 곧 정책즉 구조 조정 프로그램이 강요한 자유 무역자유 시장 정책에 있다특정 자연 조건이나 역사적 배경이 나라의 운명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다.” 결국 그동안 아프리카는 부자나라의 사기꾼과 같은 기득권층아프리카의 극소수 부유층들그리고 그 대변인들인 자유 시장론자들에 의해자유 시장이라는 미명하에 커피코코아다이아몬드 등과 같이 자신들의 귀중한 천연자원들을 처참한 환경 속에서 노동력과 함께 강탈당하고 아직도 빈곤국가검은 대륙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12. 정부도 유망주를 고를 수 있다.

자유 시장론자들은 정부는 현명한 사업 결정을 내리거나 산업 정책을 통해 유망주를 고르는 데 필요한 정보와 전문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한다그러나 정부가 고른 유망주가 성공한 사례들은 의외로 아주 많고혹은 정부가 시장의 움직임에 역행하는 유망주를 골랐다 하더라도 특히 그 결정이 민간 부문과 긴밀한 협렵하에 진행되었다면 국민 경제를 향상시키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제철소를 운영할 회사인 포스코를 1968년에 창립한 한국정부는 이 회사를 국영 기업으로 만들었다당시는 개발도상국의 국영 기업들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에 대한 우려가 널리 퍼져 있을 때였다게다가 포스코를 이끌게 된 인물은 군 장성 출신으로 몇 년 동안 국영 텅스텐 광산 업체를 운영한 것 말고는 별다른 기업 경험이 없는 박태준 회장이었다아무리 군사 독재 정권이라도 이건 정말 너무 지나친 처사였다한국 역사상 가장 큰 벤처 기업을 설립하려는 마당에 그 일을 책임지고 이끌어갈 사람이 전문 경영인도 아니라니 말이 되는가! ...결국 포스코는 1973년 철강 생산을 시작했고세계 시장에서 놀라울 정도로 빨리 자리를 잡았다. 1980년 중반에 이미 세계 보통강 생산 업체 중 가장 비용 효율이 높은 기업으로 꼽혔고, 1990년대에는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철강 회사 중 하나로 성장했다포스코는 2001년 실적이 나빠서가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로 민영화되었고현재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4위 규모를 자랑한다.

참으로 수수께끼가 아닐 수 없다인류 역사상 최악의 사업계획에서 어떻게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기업이 탄생하게 되었을까수수께끼는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정부 주도로 생겨 성공을 거둔 한국 기업은 포스코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걸쳐 한국 정부는 많은 민간 기업들을 독려해 기업 스스로 선택하도록 놔두었으면 손댈 가능성이 별로 없음직한 부문에 진출하도록 만들었다이 독려는 종종 정부 보조금이나 수입품으로부터의 보호 관세 같은 당근의 형태를 띠었다그러나 이런 당근을 주어도 기업들이 움직이려 하지 않으면 채찍그것도 큰 채찍이 동원되었다당시 전적으로 국가 소유였던 은행들을 통한 대출 중지 위협이나 중앙정보부에서 조용히’ 타이르는 방법도 사용되었던 것이다.

흥미롭게도 이렇게 정부 주도로 시작된 기업들 중 많은 수가 큰 성공을 거두었다전자 업계의 거인으로 이름이 알려진 LG는 1960년대에 섬유 산업에 진출하고 싶었지만 정부로부터 이를 저지당하고 대신 전선 산업에 뛰어들어야 했다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전선 회사가 바로 LG그룹 중에서도 세계적으로 가장 잘 알려진 LG전자의 전신이다. 1970년대에 한국 정부는 현대그룹의 전설적인 창업주 정주영 회장에게 조선업을 시작하라는 압력을 넣었다리스크를 두려워하지 않기로 유명한 정주영 회장마저 처음에는 주저했지만 당시 독재자이자 한국의 경제 기적을 주도한 박정희 장군이 직접 현대그룹을 파산시키겠다고 협박하자 마음을 고쳐먹었다는 일화가 있다그렇게 시작된 현대조선은 이제 세계에서 가장 큰 조선 회사 중의 하나이다.”

상기 한국의 어이없는 성공신화에서 볼 수 있듯이, “민간기업의 유망주 선택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자유 시장 이데올로기에 묻혀 그 너머를 보지 못하면 결국 우리는 정부가 주도하는혹은 정부와 민간의 협력으로 추진할 수 있는 경제 발전의 거대한 가능성을 모두 놓치고 말 것이다.”

 

13.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든다고 우리 모두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기득권층신자유주의자자유 시장론자들은 말한다복지에 앞서 먼저 성장을 통해 부를 창출해야 하고부자를 더 부자로 만듦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의 형편도 나아질 거라고 말이다. “부자들에게 더 큰 파이 조각을 주면 처음에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돌아가는 파이 조각이 작아질지 몰라도 결국에는 이들에게 돌아가는 파이 조각의 절대적인 크기가 더 커질 것이다파이 전체의 크기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흔히 한국에서 자칭 보수적인 성향의 서민들이 자신들이 서민임에도 불구하고 어리석게도 부유한 층을 대변하는 부자 정당에게 표를 던지는 이유다사실 이유라는 것도 그러한 부자 정당이 교육수준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서민층을 듣기 좋은 말로 속인 것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사실 문제는 부자들에게 유리한 신자유주의 개혁이 시작된 1980년대 이래 경제 성장률이 실질적으로 더 떨어졌다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1980년대 이래로 우리는 부자들에게 파이에서 더 큰 조각을 주면 그들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해서 장기적으로 파이를 더욱 키울 것이라고 믿었다.그래서 부자들에게 더 큰 조각을 준 것까지는 좋았는데 이들은 그렇게 받고 나서 실제로는 파이가 커지는 속도를 줄여 버렸다.”

오히려 오늘날과 같은 불황기에 경기를 활성화시키는 최선의 방법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소득 재분배이다소득이 적을수록 가용 소득에서 더 많은 몫을 지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저소득 가계에 복지 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10억 달러를 추가 지원할 때 얻을 수 있는 경기 활성화 효과는 같은 액수의 돈을 부자들에게 감세해 줄 때보다 더 크다더욱이 임금이 최저 생계 수준 혹은 그 이하가 아니라면노동자들은 추가 소득을 자신의 교육이나 건강에 더 투자할 수 있고이에 따라 노동 생산성과 경제 성장이 촉진될 수 있다더욱이 소득 분배가 보다 평등해지면 파업이나 범죄가 줄어들면서 사회적 평화가 이루어지고 이는 다시 투자를 촉진한다사회적 평화가 이루어지면 재화를 생산하고 부를 생성하는 과정이 방해받을 위험이 줄어든다상당수의 학자들은 소득불평등의 수준이 낮으면서 빠른 경제 성장이 이루어졌던 자본주의의 황금기는 이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한 덕분에 가능했다고 믿는다.”

단순히 부자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 준다고 해서 나머지 사람들이 더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다만약 부자들에게 주어지는 더 많은 부가 사회 전체의 혜택으로 파급되게 하려면 국가는 각종 정책 수단(예를 들어 부자와 기업의 감세를 허용하는 대신 투자를 조건으로 제시)을 통해 부자들로 하여금 더 많이 투자하도록 해서 더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도록 하며복지 국가 같은 메커니즘을 통해 전 사회 구성원들과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14. 미국 경영자들은 보수를 너무 많이 받는다.

미국 CEO들의 평균 보수는 노동자들의 평균 보수보다 300~400배 정도 많다. 1960년대 선배 CEO들에 비해서도 10배를 더 받는다. “상대적으로 1960년대 CEO들의 경영 성적이 훨씬 더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들은 또 보수만 지나치게 많이 받는 것이 아니라 경영 부진에 대해서도 제대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게다가 실제로 미국 경영자들의 보수가 완전히 시장 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것도 아니다미국의 경영자 계층이 지닌 경제적정치적이데올로기적 힘은 자신들의 보수를 결정하는 시장 자체를 조종할 수 있을 정도로 이미 너무나 커져버렸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계속되는 임금 하락 위협간단해진 해고 절차와 정규직을 대체하는 임시직의 증가그리고 지속적인 다운사이징 등으로 압박을 받는 반면에 경영자들은 이렇게 해서 창출한 추가 이윤을 주주들에게 분배해서 그들이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를 문제 삼지 않도록 한다주주들의 입을 막기 위해 배당금을 극대화하려면 투자가 위축되고결국 기업의 장기적 생산 능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여기에 경영진의 과도한 보수까지 보태면 영미 기업들은 국제 경쟁력을 잃게 되고결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만 없어지고 만다.”

오바마 대통령이 CEO들의 보수를 문제삼은 것은 이러한 견지에서 봤을 때결코 정치적 포퓰리즘이 아니라 실질적인 국가 경제에 대한 우려 때문일 수 있다는 것이다.

 

15.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부자 나라 사람들보다 기업가 정신이 더 투철하다.

자유 시장론자들은 말한다가난한 나라의 사람들은 기업가 정신이 부족하거나 미숙하기 때문에 가난한 거라고 말이다그러나 단순히 숙련도만 가지고 논하자면 개발도상국의 기업가들이 선진국보다 기업가 정신을 더 발휘해야 한다. “개발도상국에서는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일이 꼬이는 경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전기가 나가 생산 계획이 틀어지고달러화 환전 허가가 지연되어 송금을 늦게 하는 바람에 가뜩이나 늦게 들어온 기계 수리 부품을 세관에서 통관시켜 주지 않는다하루 걸러 한 번씩 고장으로 서는 트럭이 오늘은 움푹 팬 도로에 바퀴가 빠져 서는 바람에 원자재 배달은 늦어지고하급 지방 관리들은 규정을 마음대로 해석하거나 없던 규정을 새로 만들어 내서 괴롭히며 뇌물을 요구한다이 모든 장벽을 헤쳐 나가려면 민첩한 판단력과 뛰어난 임기응변 능력은 필수이다평범한 미국 기업가에게 마푸토나 프놈펜에 가서 작은 회사를 경영하라고 하면 아마도 이런 일들 때문에 일주일도 버텨 내지 못할 것이다.”

한편 빈곤층이나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는 가난한 여성들에게 저금리로 대출을 해줬던 마이크로크레디트(미소금융)은 상환율 95%와 함께 빈민층의 자립을 성공적으로 지원하며 그 창안자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까지 했다그러나 이러한 행보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시들해졌다. “마이크로크레디트에서 소액 대출을 받아 소를 한 마리 더 산 크로아티아 목축업자는 똑같이 대출을 받아 역시 소를 한 마리씩 더 산 근처의 다른 목축업자 300명이 생산해내는 우유 때문에 우유 값이 바닥을 치더라도 우유를 파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다버터를 생산해서 독일로 수출하고,치즈를 생산해서 영국으로 수출하려 해도 그에 필요한 테크놀로지조직력자금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제아무리 에디슨이나 빌 게이츠처럼 특별한 인물들도 수없이 많은 제도적조직적 지원을 받지 않았으면 오늘날과 같은 업적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영웅적인 기업가들이 등장하는 신화를 거부하고 집단 차원의 공동체적 기업가 정신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도록 돕지 않으면 가난한 나라들이 빈곤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불가능하다.”

 

16. 우리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겨도 될 정도로 영리하지 못하다.

자유 시장론자들은 시장에 참여하는 각각의 주체는 모두 자신의 이해관계를 위해 행동하므로항상 이로운 선택과 행동을 할 수 있는 존재인데여기에서 정부가 관여하여 시장에 규제를 하거나 제한을 두려하는 것은 주제넘은 짓이라고 비난한다그러나 1997년 노벨 경제학자 수상자인 마이런 숄즈나 2008년 당시 AIG의 CEO였던 조 카사노 등등 금융 경제학 분야의 뛰어난 인사들도 실패하는 현대의 복잡하고 불확정적인 시장에서 과연 모든 개인 주체들이 성공적인 이익을 낼 수 있을까지금의 시대는 고도로 복합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복잡한 금융상품들이 쏟아져 나온다.

일부러 제한적인 규칙을 만들어 우리의 선택을 의도적으로 한정하고그렇게 해서 우리의 환경을 단순화시키지 않는 한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으로는 세상의 복잡성에 대처해 나갈 수 없다우리에게 규제가 필요한 이유는정부가 당사자인 경제 주체들보다 관련 상황을 반드시 더 잘 알기 때문이 아니다규제의 필요성을 받아들이는 것은 우리의 제한된 정신적 능력에 대한 겸허한 인정인 것이다.”

 

17. 교육을 더 시킨다고 나라가 더 잘살게 되는 것은 아니다.

흔히 개인의 교육수준이 경제발전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한다실례로 교육 수준이 높기로 유명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적 성공에 비해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들의 경제 침체를 비교해보면 이는 더욱 자명하다는 것이다그러나 사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 중에는 문학역사철학음악 등 생산성 향상에 간접적으로라도 영향을 주지 않는 과목이 많을뿐더러수학이나 과학과 같은 과목들마저도 많은 직종에서 현장 실습과 도제 제도를 중요시하는 것을 보면 신빙성은 더욱 떨어진다더욱이 미국이나 노르웨이와 같은 선진국들의 어린이들이 동아시아나 리투아니아체코슬로베니아아르메니아세르비아 등 훨씬 더 가난한 학생들에 비해 수학 및 과학 성취도 평가 점수가 더 낮다는 점은 이를 반증한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교육은 소중하다그러나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잠재력을 발휘하고 더 만족스럽고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교육을 확장하면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교육과 국민 생산성 사이의 연관성이 약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교육에 대한 과도한 열의는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구성원 개인의 교육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각 개인을 잘 아울러서 높은 생산성을 지닌 집단으로 조직화할 수 있느냐에 있다.” 즉 다양한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와 정책이 그 나라를 부자로 만드는 것이지교육수준만이 절대적인 인재의 척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18. GM에도 좋은 것이 항상 미국에도 좋은 것은 아니다.

자유 시장론자들은 말한다. “기업은 자본주의의 심장이다기업이야말로 제품을 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곳이기 때문이다활발한 기업 활동이 없으면 경제도 활력을 잃고 만다따라서 기업에 좋은 것은 나라 경제에도 좋다세계화와 함께 국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기업의 설립과 경영을 어렵게 만들거나 기업들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하게 만드는 나라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의 기회를 잃게 되고결국은 뒤떨어지고 만다정부는 기업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보장해 주어야 한다.” 그러나 장하준의 견해는 다르다. “기업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그들에게 최대한의 자유를 허용하는 것은 국민 경제에는 말할 것도 없고 기업 자신에게도 좋지 않을 수 있다모든 규제가 기업에 해로운 것은 아니다때로는 천연자원이나 노동력과 같이 기업들 모두가 필요로 하는 공동의 자원이 파괴되지 않도록 개별 기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기업 부문 전체에 장기적으로 이익이 되기도 한다또 각 개별 기업에 단기적으로 손해를 끼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기업 부문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규제도 있을 수 있다노동자 교육 규정 같은 것이 그런 예이다결국 문제가 되는 것은 기업 규제의 내용이지 양이 아니다.”

GM은 2차 대전을 거치는 동안 연합군과 독일 양진영에 동시에 무기를 대면서 막대한 이윤을 취했다. GM은 모든 지갑과 모든 목적에 맞는 차를 생산하겠다는 슬론의 표현대로 시보레부터 시작해서 폰티악올즈모빌뷰익성공의 절정에 타는 캐딜락까지 사회적 성공의 사다리의 모든 단계에 맞는 차를 생산하는 기업이 되었다. 2차 대전이 끝나며 매출액 기준 미국 최대의 기업이 된 GM의 CEO이자 1953년 당시 국방장관에 임명되었던 찰리 윌슨은 자신의 임명 청문회에서 말했다. “미국에 좋은 것은 GM에도 좋습니다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말은 당시 GM이 지닌 기업의 엄청난 영향력을 대변한다.

그러나 이로부터 50년이 지난 2009년 여름 GM은 파산했다미국정부는 국민의 세금으로 엄청난 투자를 통해 구조조정을 실시, GM을 구제했지만 되살아난 GM은 좋은 차를 만들기 위한 재기가 아니라 높은 이익을 남길 수 있는 금융분야에 손을 뻗었고자동차의 생산성 향상에 투자하기보다 노동자와 하청업체를 쥐어짬으로써 이윤을 창출하려 했을 뿐만 아니라그 대가로 말도 안 되게 높은 보수를 챙기는 한편, GM의 미래를 위험에 빠뜨릴 정도로 높은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등의 방법으로 주주들의 입을 막았다.

“GM의 사례는 기업의 이익과 국가의 이익이 충동할 가능성에 대한 유익한 교훈을 준다즉 기업에 좋은 것그것이 아무리 중요한 것일지라도 국가에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무조건적인 친기업적 운영이 국가에 궁극적으로 이익이 되진 않는다기업은 이익집단이고그 안에서 기업의 소유주들이나 CEO들 또한 인간이기에 개인의 이익을 우선시할 수 있다적절한 정부 규제는 기업의 장기적인 이익과 국가의 목표를 함께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 우리는 여전히 계획 경제 속에서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공산주의의 몰락과 함께 계획 경제 또한 막을 내린 것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있다그러나 자본주의 정부 또한 국영기업의 운영이나 유도계획을 통해 국가의 장기적인 이익을 도모한다지금에 선진국이 된 많은 나라들이 성장 당시 저러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이뤄졌음에도 불구하고이제와서는 주변의 개발도상국들에게 자유지상을 표방하며자유무역을 강요한다그 개발도상국들의 기득권층들은 또한 단기적이고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 사실에 찬성하며국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들을 소위 빨갱이라 비난하고 공산주의자로 몰아붙인다그러나 시장의 장기적이고 궁극적인 이익을 위해서는 필수 기간산업을 국가적 차원에서 강력히 보호해야 한다앞서 언급처럼 지금의 수많은 선진국들이 개발 당시 그러한 태도를 취했다는 사실이 그 근거이다.

 

20. 기회의 균등이 항상 공평한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는 공정사회를 말한다비록 친기업 정책을 펴고 있긴 하지만 전 국민에게 기회의 균등이 열려 있는 사회라고 말한다이명박은 민주화 운동수영연맹회장노점상창업했던 소상공인 선배해병대가 있는 도시에서 성장해 해병대와 아주 친숙한때 시인을 꿈꾼 적도 있고, (프랜차이즈 치킨을) 2주에 한 번 시켜서 먹기도 하면서 전 방위적으로 아는게 많은 사람이다즉 자신이 모든 경험을 다 해봐서 아는데 많은 돈을 벌 수 있는데도 그러지 못하는 것은 개개인의 능력 차이라는 말과 같다왜냐하면 그는 복지는 절대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논리에 따르면 복지즉 기회의 균등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을 제공하게 되면 재능 있고 노력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성취동기를 잃어버린다. ...공산주의의 몰락이 그 증거이다. ...역차별 정책을 사용해서 단지 흑인이라든가 가난한 집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자질이 못미치는 학생들을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는 것 역시 부당하고 비효율적이다이런 식으로 결과의 평등을 추구할 경우 사람들의 타고난 재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최고의 능력을 가진 사람과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물론 기회의 균등은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출발점이다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물론 훌륭한 성과를 올린 사람은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그러나 문제는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어떤 아이가 배가 고파서 수업 시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면 선천적으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적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그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배불리 먹을 수 있어야 한다집에서는 생계비 지원을 받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학교에서는 무료 급식을 통해 밥을 굶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기회의 균등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교육과 의지그리고 시장이 제공하는 기회를 활용할만한 기업가적 에너지가 없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탓하는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그들은 똑같이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났지만 모든 난관을 극복하고 대학 졸업장을 받은 사람이 어째서 좀도둑질이나 하고 막 산 사람과 같은 보상을 받아야 하느냐고 묻는다옳은 주장이다어떤 사람이 자라난 환경만으로 그 사람의 성취를 설명할 수도 없고 그렇게 해서도 안 된다사람은 누구나 자기 인생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이 주장이 옳기는 하지만 이것은 큰 그림의 한 조각에 불과하다인간은 진공상태에서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각자 처한 사회 경제적 환경은 개인의 성취에 심각한 제약으로 작용한다심지어 환경은 개인이 무엇을 성취하기를 원하는지에까지도 제약을 가할 수 있다환경 때문에 우리는 어떤 일들은 시도해 보기도 전에 포기하기도 한다예를 들어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영국의 노동자 계층 출신 학생들은 대학에 갈 생각도 안 하는 경우가 많다.”

모든 것을 사회 경제적 환경에 돌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할리우드 영화들이 즐겨 이야기하는 것처럼 자기 자신을 믿고 열심히 노력하면 뭐든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 또한 말도 안 되기는 마찬가지이다기회의 균등은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없는 사람한테는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결과를 균등하게 하려는 것은 해롭지만이 지나치다는 것의 한계를 어디로 정해야 하는지는 논의를 거쳐야 한다기회의 균등을 보장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최소한의 소득교육의료혜택 등을 보장함으로써 최소한의 역량을 갖출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공정한 경쟁을 한다고 말할 수 없다. 100미터 달리기 시합에서 모두 똑같은 지점에서 출발한다 하더라도 어떤 사람은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려야 한다면 공정한 경기라고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기회의 균등은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지만 진정으로 공정하고 효율적인 사회를 건설하기를 바란다면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21. 큰 정부는 사람들이 변화를 더 쉽게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큰 정부즉 복지국가는 부자들로 하여금 많은 세금을 거둠으로써 그들에게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의욕을 꺾어버리고복지혜택을 받는 가난한 사람들 또한 새로운 시장의 현실에 그때그때 발빠르게 적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인 경제에 활력을 앗아갈 것이라고 자유 시장론자들은 말한다그러나 오히려 잘 설계된 복지 정책이 있는 나라 국민들은 일자리와 관련된 위험을 감수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변화에 오히려 개방적인 태도를 취한다. ...유럽 사람들은 자기가 종사하는 산업이 외국과의 경쟁으로 인해 문을 닫는다 해도 실업수당을 받아 생활수준을 유지할 수 있고정부 보조금을 받으며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데 필요한 직업 재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실례로 한국에서 지금 가장 인기 있는 진로는 문과의 경우 변호사그리고 이과의 경우 의사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모든 학생들이 변호사와 의사에 자질이 있는 것도 아닐텐데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바로 높아진 고용불안 때문이다복지정책이 발달하지 않은 한국에서자유 시장론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설명될 수 없다반면에 핀란드나 노르웨이 같은 복지국가들의 경우 높은 2000년대 들어 경제 성장률을 보이며 미국의 성장률보다도 높다.

이런 현상을 예컨대 차를 빨리 몰 수 있는 것은 브레이크가 있기 때문이다브레이크가 없다면 아무리 능숙한 운전자라도 심각한 사고를 낼까 두려워 시속 40~50킬로 이상 속도를 내지 못할 것이다이와 마찬가지로 실업이 자기 인생을 망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면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훨씬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큰 정부가 사람들을 변화에 더 개방적으로 만들고그에 따라 경제도 더 역동적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22. 금융시장은 보다 덜 효율적일 필요가 있다.

아이슬란드에서 금융부문에 대한 과도한 자유화는 한때 기적으로까지 보였던 경제 성장을,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나라 전체의 경제를 완전히 붕괴되어버리게 만들었다본래 동일한 양의 실물 자산과 경제 활동을 기반으로 구성되어야 할 금융권의 규모가 필요 이상의 파생상품과 투기로 비대해지면서 발생한 결과였다많은 사람들이 금융상품이 실물자산이라는 기초 위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거나혹은 알면서도 순간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모른 척한 결과이기도 하다더욱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어디든 순식간에 옮겨 갈 수 있는 금융의 특성 때문에 안정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한 일선 기업들은 운영에 차질을 빚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금융은 실물경제보다 한발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그러나 지나치게 빠르고 유동적이며 파생적인 금융에 절절한 규제가 없다면금융부분에 의한 성장은 허울에 불과할 수밖에 없고모래로 만든 성과 같이 한 순간에 사라질 수 있는 위험한 분야이기도 한 것이다.

 

23. 좋은 경제 정책을 세우는 데 좋은 경제학자가 필요한 건 아니다.

- “역사상 가장 재기 넘치는 경제학자인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경제학은 경제학자들을 먹여 살리는 수단으로는 무척 유용하다’”라고 말했다.나는 철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을 생각했던 문과 출신이지만 군단 직할대의 정보통신병과에서 작전장교 임무를 그런대로 잘 수행해냈다.어떠한 분야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사람이 반드시 그 분야의 전공자일 필요는 없다는 사실은 경험 중심의 일선에서는 잘 알려진 명제일 것이다통찰력과 판단력그리고 추진력이 이론적 지식보다 더 근본적인 필요라는 말이다사실 어쩌면 소위 유명한 경제학자들은 기득권층의 비호나 지지와 결부된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그러한 주류 경제학자들은 자유 시장과 무한 경쟁으로 앞으로의 장밋빛 미래를 주장하며,공산주의나 복지경제에서도 배울 점이 있다고 말하는 다른 경제학자들을 무시하거나 심지어 가짜 예언자 취급을 했다그러나 정작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그들은 자신들이 과거에 외쳤던 정책을 어떻게 평가할까?

인정해야 한다자본주의는 차선의 경제체제일 뿐이며따라서 복지와 규제그리고 자유는 아슬아슬한 경계를 그리며 함께 가야만 스스로의 결핍을 보완할 수 있는 미완의 체제라는 것을 말이다.

'temp > scrap_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하악하악 | 이외수  (0) 2016.09.10
반성 16 | 김영승  (0) 2016.09.10
입 속의 검은 잎 | 기형도  (0) 2016.09.10
꿈의 해석 | 지그문트 프로이트  (0) 2016.09.10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 박연선  (0) 2016.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