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
권력이란 무엇인가 | 한병철 본문
개념Be-griff이라는 단어 역시 이러한 폭력적 붙잡음Griiff에서 연유한다. 권력자는 상처 내기와 고통스런 "찌름"을 통해 자신을 이해시킨다. 그렇기에 "타자에게 상처를 입히는 것"은 "더 강한 자의 기호언어"다. 매개가 결핍되어 있는 이러한 권력의 의미론에 따르자면, 기호란 본래 상처일 것이다. 특별한 기호언어를 수용하고 이해한다는 것은 "타자의 정복"으로부터 생겨난 "고통을 수용하고 낯선 권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재빠른 이해력은 "되도록 매를 덜 맞으려는" 목적에 기여한다." 말한다는 것은 상처를 입히는 것이며 그것의 의미는 지배에 있다." 이해한다는 것은 복종한다는 것이다. ...니체는 명명을 주인의 권리라고 본다.
p.53
만일 의미가 소유나 지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에서 기인하는 것이라면, 명명하는 자란 권력자가 아니라 보는 자 혹은 듣는 자일 것이다. 하지만 니체가 말한 권력의 일원론은 사물들로부터 모든 본래 그러함을 앗아간다. 권력 의지의 결핍은 의미의 공허로 이어진다. 의미란 우리가 그저 받기만 하는 선물이 아니며, 권력과 무관하게 일어나는 사건도 아니다. 그것은 일종의 획득한 먹잇감이다. 권력이야말로 사물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사물들은 권력관계 속에서 비로소 중요해지고 의미를 얻는다. 권력관계가 의미를 구성한다. 의미 그 자체라는 것은 없다. ...모든 의미는 권력의 의미이다.
p.55
우리가 사회적 위치 때문에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을 우리 스스로의 선택이라고 여기게 만다는 것도 이것이다. 해야만 하는 것이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취향이라고 양식화된다." 이를 통해 "희생자들이 사회적으로 부여된 운명에 스스로를 봉헌하고 희생하게 만드는 아모르 파티amor fati, 즉 운명에 대한 사랑"이 생겨난다. 운명이 자유로운 선택인 양 체험되는 것이다. 피지배자들이 그 자체로 부정적인 자신의 상태를 자기 취향으로 삼게 된다. 빈곤이 스스로 선택한 삶의 방식이 되고, 강제나 억압이 자유로 여겨지는 것이다.
p.73
기술은 인간이 스스로를 외부까지 확장시키는 권력 수단이다. 기술은 인간의 지각과 육체, 그리고 습성을 세계 속으로 확장시킨다. 그를 통해 기술은 세계를 인간과 유사하게 만든다. 리바이어던이나 기술적 장비도 사실은 인간과 매우 닮아 있다. 인간은 그를 통해 세계에서도 자기 자신으로 머무를 수 있으며, 자기소외의 위험을 줄인다. ...기술은 타자 안에서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게 하고, 그 속에서 인간이 자신을 연속시키는 공간을 만들어낸다.
p.126
오히려 자유는 권력관계를 비로소 가능하게 하는 권력의 중요한 요소이다. 권력은 "자유로운 주체들"에게만 행사된다. 주체들이 자유로워야만 권력관계가 존속한다. ...인간이 움직일 수 있고 극한의 경우에는 달아날 수 있을 때에만 권력관계가 존재한다. 따라서 권력과 자유는 서로를 배제하지 않는다. 그 속에서 자유는 권력이 존재할 수 있게 하는 조건이다.
p.161
니체는 자기 자신에 대해 솔직해지라고 요구한다. 그에 따르면 "기본적으로 타자와 약자를 전유하고, 상처 입히고, 위압하고, 억누르고, 그들에게 자기 형태를 강요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며, 가장 부드럽게 말하더라도 착취"이다. 착취는 "타락하거나 불완전한 원시 사회"에 있지 않다. "유기체의 근본 기능"인 착취는 "생명의 본질"에 속한다. 그것은 "삶의 의지 그 자체인 권력 의지의 결과"이다. 모든 살아있는 육체는 "성장하고, 주변을 장악하고, 자라나며, 몸무게를 늘리려 한다." 그것은 "어떤 도덕이나 비도덕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육체가 살아 있기 때문에, 살아있다는 것이 바로 권력 의지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p.170
"환대. 환대의 풍습이 갖는 의미는 타인의 마음 안에 깃들어 있는 적의를 마비시키는 것이다. 사람들이 타일을 더이상 적으로 느끼지 않을 때 환대는 줄어든다. 악의적인 전제가 강할수록 환대도 거창해진다."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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