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
거의 모든 인터넷의 역사 | 정지훈 본문
존 스튜어트 밀은 『자유론』이라는 고전에서 다음과 같이 자유를 기술하였다.
틀렸다거나 해롭다는 이유로 의견의 표명을 가로막아선 안 되며, 표현의 자유를 일부만 제한하게 되면 곧 모든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만다. 그러므로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 허용되어야 하는 사회는 진보할 수 있다. 단, 이런 자유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직접 피해를 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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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대안으로는 인터넷 서비스에서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지키도록 사용자들과 플랫폼 제공자들이 다같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오픈포럼 아카데미의 펠로우이자 콜랍 시스템스 이사회 의장인 조지 그레베는 다음 두 가지 원칙을 언급하였다.
1. 제한할 수 있는 권리
사용자들은 반드시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서비스 제공자도 그 대상에 포함된다. 소셜 네트워크에 참여하거나, 사용자의 데이터를 가지고 언제나 편리한 서비스를 이용한다고 해도 프라이버시를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사용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어떤 수준으로 접근 가능하게 허용할 것인지, 어떤 사람들에게까지 공개할 것인지 명확하게 선택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어떤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이유로 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잃어서는 안 된다.
2. 떠날 수 있는 자유, 그러나 잃어서는 안 된다.
사용자들은 자신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서비스 제공자를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네트워크를 잃어서는 안 된다. 서비스를 다른 곳으로 옮긴다고 해서 어떤 패널티가 주어진다거나, 사용자의 데이터나 네트워크에 문제가 생겨서도 안 된다.
개개인의 데이터와 네트워크는 모두 그 개인 당사자의 것이다. 인터넷을 사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자유'라는 권리에 대해서 조금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에게 당당히 권리를 이야기해야 하고, 인터넷을 악용해서 사람들을 감시하려는 국가의 빅브라더로의 변신에 모두가 힘을 합쳐 저항해야 한다.그렇지 않으면 지난 수십 년 동안 구축되어온 인터넷의 정신은 뿌리째 흔들리게 될지도 모른다. 인터넷은 글로벌 시민들에게 자유를 선사해왔고,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이런 본질을 잃는 순간 인터넷은 정말 큰 위기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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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독일 베를린의 소셜과학 연구센터에서는 225명의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라이버시 정보와 관련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이들은 두 가지 다른 온라인 스토어를 통해 같은 DVD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았다. 양쪽 스토어 모두 고객들의 이름과 주소, 이메일 주소를 요구하였다. 그중 한 매장에서는 1유로의 할인을 제공하였는데, 이 그룹에서 구매를 한 42명의 대학생들 중 39명은 정보를 적어내고 1유로 할인을 선택하였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런 추가 정보 요구에 따른 할인 혜택이 사라진 다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들의 프라이버시 정보를 적어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정보를 더 잘 보호하는 매장이라고 해서 매출이 더 오르거나 하지 않았다는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 실험이 끝난 이후에 실행한 설문조사의 결과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75퍼센트의 참여자들이 개인정보 보호에 매우 관심이 높았으며, 무려 95퍼센트가 관심이 있다고 답변하였다. 이 연구의 결과는 이랬다. 질문에 대란 답변을 할 때에는 모두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강조하는 것 같았지만, 실제 행동은 개인 프라이버시에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프라이버시 없는 세상에서 사는 것이나 마찬가지"
우리나라에서 나온 데이터는 아니지만, 보통의 미국인들은 하루에 200번 정도 카메라에 포착된다고 한다. 신호대기 중, 고속도로 통행료를 낼 때, 현금 인출기에서 돈을 뽑거나 편의점에서 물건을 살 때 등등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지속적으로 감시 카메라에 노출되어 있다. 이미 수백 대의 감시 카메라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고 있으며, 점점 그 수는 늘어만 가고 있다. 여기에 모바일 카메라와 기술의 발전에 따라 다양한 센서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전체 정보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공공기관 또한 마찬가지다. 각 개인의 정보를 너무나 많이 가지고 있으며, 민간회사인 금융기관들이 가지고 있는 정보까지 생각하면, 오싹할 정도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들의 이메일 정보를 모두 가지고 있는 웹메일 회사들은 어떤가? 심지어 G메일은 이메일 내용을 자동 파악하여 그에 맞는 광고까지 우측에 보여준다.
무엇보다 수식억 건에서 카드 거래에 대한 정보를 분석해서, 그것도 다차원적으로 소비자 행동모델을 분석해서 다양한 이메일과 구매정보를 보내는 카드사의 정보 장악력은 어떤가? 실제로 2014년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최악의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사건은 많은 사람들에게 개인정보의 소중함과 정보 보호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건이라고들 말한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로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본 적이 있는가?
프라이버시와 관련해서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는 2011년 "우리에게 프라이버시는 없다"라고 말했다가 언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런데 오라클에 합병된 썬 마이크로시스템스의 CEO였던 스캇 맥닐리 역시 "당신에게 프라이버시란 없다. 그렇다는 것을 그냥 받아들이라"는 말을 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프라이버시가 없는 암울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
"이미 우리는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다."
해커들의 강령 중에는 '정보는 자유로워지기를 원한다'는 말이 있다.이미 우리들은 스팸메일이 들어올 것을 알면서도 할인 받는 이벤트에 참가하고, 여러 웹사이트나 경품 행사 등에 개인정보를 자세히 적어 넣고 있으며, 단돈 1,000원이라도 벌 수 있다면 웬만한 정보는 헌신짝처럼 취급하고 있다. 휴대폰은 GPS가 달려 있지 않아도 대략적인 위치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기능을 활용하고 있고, 우리가 어떤 사이트를 방문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머무는지 인터넷 공급자들이 알 수 있는 상황이지만 그럼에도 인터넷을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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